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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은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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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은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페이스북은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가 아니라 소셜 웹 유틸리티(Social Web Utility)다.


서비스와 유틸리티의 차이는 간명하다. 서비스는 원하는 것이지만, 유틸리티는 원하지 않아도 필요한 것이다. 현재 가입자 수 4억명을 자랑하는 페이스북 제국은 조만간 그 영역을 10억으로 확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0억이면 지구상 60억 인구의 6분의 1, 즉 여섯 사람 중에 한 사람은 페이스북을 쓴다는 이야기다.

소셜 웹에 의한 이러한 연결망의 구축은 생각보다 의미심장하다. 여섯 사람을 거치면 지구상에 누군가와도 연결이 된다는 전통적인 ‘여섯 단계의 분리 이론’(six degress of separation theory)은 네트워크 이론의 대가 알버트 라즐로 바라바쉬가 그의 저서 <링크>(Linked)에서 소개한 것처럼 한계가 있었다. 이 세상은 좁은 세상이긴 하지만, 여러 개로 나뉜 좁은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은 작위적인 판단을 내리기 때문에 실제로는 최단 코스인 여섯 단계를 파악하고 따라가기가 어렵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이 물리적 네트워크의 한계를, 인간 간의 관계(social graph)를 그 위에 덧입힘으로써 극복하고 있다. 정말로 좁혀진 세상을 페이스북은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페이스북은 이 같은 관계망을 기본으로 하여 전통적인 온라인 상거래의 신뢰성 한계점을 극복한 소셜 커머스(social commerce)를 급부상시킴으로써 향후 막강한 이용자 DB 및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제휴를 통해 파죽지세의 팽창을 보일 것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중국과 인도의 경제 발전이, 약 20억의 소비 시장이 만들어진다는 것이, 새로운 시장(emering  market)의 창조 뿐 아니라, 지구 환경이 감당할 수 없는 소비를 창출함으로써 에너지 고갈 등 새로운 위기를 불러 일으키는 것처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의 뒤를 이을 새로운 IT 패자의 등장, 그리고 그 것의 유틸리티적 성장은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꼭 긍정적인 면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단적인 예로, ‘페이스북은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2006년 페이스북이 뉴스 피드(news feed)를 가동하면서 이용자들의 정보를 외부로 공개시켰을 때, 이 ‘급진적 노출성’(radical transparency) 서비스는 이용자들의 강력한 반발을 일으켰다. 페이스북측에서는 사실 이 문제를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용자들이 페이스북에 반발하는 웹 페이지를 구축하며 본격적인 저항을 시작하자 페이스북의 대응은 달라졌다. 그들은 이용자 커뮤니티의 발언에 신중하게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고, 결국 CEO 마크 쥬커버그가 정식으로 사과하고 시정 조치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 것은 어디까지나 페이스북이 대학 커뮤니티의 회원들을 주축으로 운영이 되고 있을 때의 이야기다.

페이스북은 이제 어제의 페이스북이 아니다. 더 이상 미국의 대학 커뮤니티에 머물고 있지 않다. 회사도 보스톤 대학가를 떠나 실리콘밸리에 자리를 잡았고, 이용자들도 이젠 전세계를 향하고 있으며, 소셜 커머스를 통해 더욱 더 비즈니스 세계에 근접해가고 있다. 무엇보다, 페이스북은 그 설립자 마크 쥬커버그의 이상과 야심대로 더 이상 ‘서비스’의 지상에 머물지 않고 ‘유틸리티’의 우주로 나아가고 있다. 멀지 않은 미래, 10억의 이용자와, 그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상업 세계를 생각해보라. 그 것은 당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받아들여야 할 운명이 된다. 전기를 끊을 수 없는 것처럼, 인터넷을 닫을 수 없는 것처럼, 페이스북은 유틸리티가 되가고, 그 것은 이미 현실이다.

따라서 최근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페이스북의 달라진 태도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페이스북은 2009년 11월 부터 개인정보 선택사항에 ‘everyone’을 추가해 외부에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노출 가능성을 높였다. 그리고 그 관리가 허술하다는 정재계, 시민사회의 각종 지적에 대해서 무감각한 태도를 보여왔다. 기껏해야 뉴욕타임즈에 기고문을 하나 싣는 것이 대응 방법이었다. 그러나 다시 그 반응이 이전처럼 거세지자 최근 새로운 개인정보보호 방안을 발표하고, 이용자들 자신이 개인정보의 공개 설정을 관리하는 방식을 좀 더 단순화시켰다.

그러나 착각하면 안 된다. 페이스북은 과거 뉴스 피드를 발표했을 때와 동일한 패턴을 밟고 있는 것이 아니다.

페이스북이 ‘이용자들에게 백기를 들었다’라는 암시를 주는 최근의 기사들은 중요한 것을 간과하고 있다. 보스턴 대학가를 떠나 이제 전세계 비즈니스계로 깊숙이 몸을 담근 페이스북은 그들 기업의 사활이 이용자 개인 정보의 활용에 달려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페이스북은  대부분의 인터넷 이용자들이 인터넷에 범람하는 각종 스팸, 바이러스, 멀웨어, 스파이웨어 등에 무감각한 것처럼, 개인정보보호에 대해서 민감하긴 하지만, 그러나 수긍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 그들은 이용자들이 비록 페이스북을 싫어할 지라도 떠날 수 없는, 페이스북이 이미 유틸리티화되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게 됐다. 이용자들은 반발하지만, 다수는 떠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것을 파악한 이상, 페이스북은 앞으로 더욱 은밀하고 공격적인 개인정보 공개 전략을 취해나갈 것이다. 페이스북은 결코 백기를 들지 않았다. 그들은 단지 바람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며 몸을 낮추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최근 미국연방거래위원회(FTC)와 유럽연합이 준비하고 있 듯이 페이스북을 법적으로, 정책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물론, 시대에 따라 법과 정책도 변해야 하며, 그래서 새로운 시대의 발전에 도움이 되어야 하지만, 한 가지 놓치면 안 되는 것은, 이 규제의 대상인 페이스북 소셜 웹 유틸리티가, 물과 전기, 철도와 같은 선상에서 논의될 수 있는 유틸리티가 아니라는 것이다. 기존 규제에 적용되는 원칙과 원리가 페이스북 등 SNS에 적용되는 룰과 같을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기본적으로, 페이스북은 플랫폼이며, 이용자들 스스로가 그것을 유틸리티로 만든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규제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기업과, 그 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서비스, 그 서비스의 공고화로 나타나는 유틸리티가 아니라, 이용자 혁신(user innovation)을 규제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플랫폼 제공자와 써드파티와의 관계, 이용자 혁신성에 대한 이해를 총괄하는 법제의 구상과 실천을 뜻하고 있다. 이 일을 정부에 맡기는 일이 옳은 것인가? 그리고 그것은 구글, 페이스북 등의 새로운 유틸리티를 자라게 한 인터넷이라는 기반의 열린 창조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우리는 Y2K 사태가 일어났을 때처럼 지레 겁을 먹고 무리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가면서 향후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규제를 시행하는 것은 아닐까? 이와 같은 질문과 고민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은 규제라는 이슈가 그렇게 단순하고,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그러므로, 위에서 지적한 웹 생태계의 안정성과 혁신성을 공존시킬 수 있는 미래상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다시 WWW와 인터넷의 기원인 이용자의, 이용자에 의한, 이용자를 위한 플랫폼의 기본 정신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이 오늘날의 상업성을 갖추기 전에, 기본적으로 사회적인 공간이었음을, 그리고 그것이 정부의 규제가 아니라, 이용자들의 자정 작용에 의해서, 자발성과 혁신성에 의해서 오늘날의 발전상을 갖추게 되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페이스북 등 새로운 유틸리티에 대한 처방은, 이용자 다수가 위키피디아를 창조하고 운영하는 것처럼 웹상에 공개된 간단한 소프트웨어와 온라인 집단협업을 통해서 개인정보 노출에 대한 관리를 스스로 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적 의식망을 갖추는 것이다.

이용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웹 생태계의 안정성과 혁신성을 공존시키려고 하는 노력은 하버드 로스쿨의 버크만 센터에서 수행하는 ‘웹 접근성’(web accessibility)에 관한 프로젝트, ‘허딕트’(Herdict)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해당 프로젝트의 책임자이자 <인터넷의 미래, 그리고 어떻게 그 것을 멈출 것인가>(The Future of the Internet and How to Stop It)를 저술한 정보법학자 조나단 지트레인은,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문제의 핵심은 ‘노출’이 아니라 ‘관리’라고 말한다. 무어의 법칙, 황의 법칙 등에 따라서 집적회로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크나이더의 법칙에 따라 저가로 대량의 저장공간을 확보하게 되었고, 나아가 저가 카메라, RFID 등이 보급됨에 따라 물리적 검색 가능성이 극도로 높아진 오늘날 현실에서 노출은 피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보다 본질적 문제는 노출이 아니라 그 노출된 정보를 개인이 ‘관리’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보호와 신장임을 지적한다.

그러므로 기업과 정부 어느 한 쪽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의 사회성을 지키면서 이용자들 스스로에 의한 자구책을 강구하여, 소셜 웹에 기반한 새로운 의식망을 구축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안인 것이다. 이 길이 새로운 소셜 웹 기반 유틸리티가 만들어내는 위기와 기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의 안정성과 혁신성을 동시에 지킬 수 있는 대안이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그리고 이제 그 문제에 대한 본질적 대책을 찾기 위한 사회적 공론을 시작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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