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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와 페이스북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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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페이스북이 연례 회의인 ‘F8′에서 공개한 ‘소셜 그래프 ‘유틸리티‘(social graph utility)가 화제다.

소셜 그래프 유틸리티란 쉽게 말하면, 페이스북이 가지고 있는 사용자들의 정보와 그 사용자들이 다른 사이트들을 이용하면서 만들어내는 정보를 상호 오픈된 시스템을 통해 공유하는 것. 이로써 웹이 개인의 취향과 목적에 맞게 서비스가 제공되는 경향성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성공한다면, 소셜 그래프라는 플랫폼을 통해 페이스북의 영향력과 경쟁력이 크게 강화될 것이다. 현재도 약 3억의 가입자를 가지고 있고, 멀지 않은 미래에 10억의 가입자를 내다보고 있는 페이스북의 미래라는 점에서 모두들 이 발표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페이스북 사용자들의 개인 정보와 그들 간의 관계 정보를 기술적으로 조망해놓은 소셜 그래프가 페이스북의 숨겨진 성장 엔진이라는 것은 이미 수 년 전부터 주목받아온 바 있다. 2007년 5월 24일 댄 파버(Dan Ferber)는 미국 ZDNet에 기고한 “페이스북 : 소셜 유틸리티 회사”(Facebook: The social Web utility company)라는 글에서 페이스북의 히든 카드로 ‘소셜 그래프’를 소개하고 있다. 소셜 그래프가 웹 생태계 차원에서 하나의 플랫폼으로 제시된 것은 ‘새로운 일’이지만 소셜 그래프 자체는 ‘새롭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셜 그래프’보다 더 의미심장한 부분은 페이스북이 스스로를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회사가 아니라 ‘소셜 유틸리티’ 회사라고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소셜 그래프라는 플랫폼이, 그리고 페이스북이라는 유틸리티 회사가 향후 웹 생태계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 것인지에 대한 힌트를 준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페이스북이 스스로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비유적으로 설명하면, 페이스북이 보고 있는 것은 ‘보다 나은 전구’나, ‘보다 나은 전구를 파는 서비스’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회사들이 보다 나은 전구(제품), 혹은 보다 나은 전구를 파는 서비스(서비스)를 고심하고 있을 때, 그들 페이스북은 하나의 거대한 전기 발전소를 생각하고 건설하려고 하고 있고(소셜 그래프), 그 발전소(유틸리티)를 토대로 해서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실, 그 같은 유틸리티를 생각하고 만들어낸 것은 과거 MS의 행보였다. 소프트웨어라는 것이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때 빌 게이츠는 MS-DOS라는 운영체제를 상품으로 내놓았다. PC가 필수적인 사무 도구로 생각되지 않을 때, 빌 게이츠는 PC를 제외하고는 비용 절감을 상상할 수 없는 경영 환경을 현실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유틸리티 회사로서 MS의 역할과 기능이 페이스북이 앞으로 하려는 유틸리티 회사로서의 역할이나 기능과 어떻게 다른가. 여기서 앞서 말한 저 ‘의미심장’함의 정체를 생각해보자.

두 가지 점에서 다르다.

첫 번째는 MS가 바꾼 경영, 사회 환경은 ‘비용 절감’의 측면이 컸다. PC를 도입하는 이유는 ‘외부의 가치’ 때문이 아니었다. ‘규모감소’, ‘리엔지니어링’, 그리고 ‘구조조정’이라는 IT와 직결된 과거 트렌드를 생각해보자. 그것은 ‘내부의 비용’ 때문이었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컴퓨팅의 능력이 필요했다.

그렇지만 최근의 변화를 생각해보자. 이제 컴퓨팅이 급격한 경영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영역은 ‘마케팅’과 ‘혁신’의 영역이다. 웹 생태계를 통한 입소문 마케팅인 바이럴 마케팅, 웹 생태계를 통한 이용자 참여 혁신인 오픈 이노베이션이 이제 컨설턴트의 영역에서 점점 더 관용어가 되어 간다.

그리고 이 것은 웹이 바꾸는 경영 환경의 변화, 달리 말하면 이윤 순환의 구조적 변화가 ‘비용의 감소’에서 ‘외부의 가치’로 그 중심 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페이스북이 유틸리티 기업으로서 MS의 권좌를 계승한다면 그 것은 ‘비용 절감’보다 ‘가치 창조’에서 더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두 번째는 웹 생태계 자체의 영향력 차이다. 과거 웹은 일부 컴퓨터 매니아(computer geek)들에게 머물러 있었다. 그 것이 초기 인터넷, WWW, 이메일 등이 개발되던 시대의 웹 생태계였다. 그러던 것이 점점 더 기업의 영역으로 확장되어 갔다. 그 것이 우리가 얼마 전까지 살았었던 MS의 PC 시대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디지털 네이티브들이 사회를 주도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페이스북의 CEO인 마크 쥬커버그(Mark Zuckerberg)는 올해 한국 나이로 27세다. 컴퓨팅을 모국어와 같이 배운 그들, 디지털 네이티블이 새로운 창조성으로 사회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웹은 이제 모두의, 모두에 의한 것이 되어 간다. 물론, 그 것이 ‘모두를 위한’ 것이 될 지는 아직 미지수로 남아 있다. 웹이 상업화되는 경향성이 분명하게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웹의 민주화’의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돌이켜 보면, 구글이 한 것은 웹을 통한 ‘정보의 민주화’(the democratization of information)였다. 구글은 실제로 그 것을 자기 회사의 사명으로 삼고 있다. 애플이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는 것은 ‘컴퓨팅의 민주화’(the democratization of computing)다. 아이폰, 아이패드의 등장은 이제 미취학 아동도, 고령층도 사용할 수 있는 컴퓨팅 기기(computing devise)가 등장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 두 가지 MS와 페이스북의 차이에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 것은 유틸리티 회사로서의 MS와 페이스북의 역할과 기능 차이다. 지금은 컴퓨팅이 비용 절감에서 가치 창조로 중심 이동하고, 컴퓨팅에 기반한 웹 생태계 영향력이 사회 전반으로 확장되는 시대다. 따라서 이 시대의  유틸리티란, 페이스북이 만들고자 하는 유틸리티란, 사회의 가치창조에 주요한 역할과 기능을 하는, 즉 사회 혁신(social innovation)을 선도하는 유틸리티가 될 것이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바로 이같은 사회 혁신이 등장할 때가 우리가 말하는 ‘변화’의 절정이었다. 증기기관이 세상을 바꾸지는 않았다. 그 기술이 아니라, 산업혁명이 새로운 이념과 조직을 만들어낸 후에야, 오늘날의 국가조직, 상거래, 정치활동, 무엇보다도 회사의 경영이 사회 전반에 확산됐을 때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사회가 등장했다. 이는 경영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가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티스트’에 기고한  ‘앞으로의 길’(The Way Ahead)에서 우리에게 남겨준 지혜였다.

그리고 다시 지금 우리가 경험한 것은 변화의 전부가 아니라, 앞서 등장할 대변혁의 일부라는 뜻이다.

오랫동안 우리는 변화를 기다려 왔고, 실망해왔다. 정보화 혁명은 세상을 바꾸지 않았다. 그 것은 ‘정보가 더 많은’ 사회를 의미했을 뿐이다. 네트워크 사회 역시 세상을 바꾸지 못햇다. 그 것은 사회의 새로운 조직이 어떻게 확장되고, 기존 조직과 어떤 관계를 맺는 지를 ‘네트워크’라는 틀로 정의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제는 때가 왔다. ‘소셜 웹’이다. 웹 생태계가 사회 전체와 연관을 맺고 있다. 그 가운데서 새로운 유틸리티, 과거의 전기, 철도 등에 견줄 수 있는 것들이 등장하면서 사회에 새로운 혁신과 창조의 기반을 쌓고 있다. 그리고 그 변혁의 움직임은 사회 전체로, 미래로 확산되려 한다. 지구상 가장 큰 소셜 네트워킹 ‘유틸리티’ 회사의 CEO인 마크 쥬커버그가 그의 회사의 연례회의인 F8에서 그 변화를, 그 미래를 이야기했다.

미래는 소셜 그래프에 있지 않다. 소셜 유틸리티에 있다. 웹의 소셜화를 넘어서, 소셜화된 웹과 동시에 웹화된 사회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사회 창조와 혁신에 있다. MS와 페이스북의 차이를 생각하자. 새로운 유틸리티, 그 것이 페이스북 아닌 또 다른 무엇이 될 수 있을 지, 그리고 그 유틸리티가 등장한 이후에 나타날 사회 구조와 변화, 미래가 무엇일 지를 생각해 볼 때가, 변화의 길목에 서 있는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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